EV/EBITDA 멀티플은 어떤 회사가 비싸다, 싸다를 판단하는 기본적인 밸류에이션 방법입니다. 하지만 실제 이 개념을 명확하게 이해하고 적용하려면 노력이 필요합니다. 다른 멀티플 방식보다 조금 더 복잡하기 때문입니다. 이 글을 끝까지 보시면 EV/EBITDA를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재무상태표의 구성과 의미
재무상태표가 어떻게 생긴 모습인 줄은 다들 아실 겁니다. 자산과 부채, 자본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재무상태표가 자산, 부채, 자본으로 이루어져 있다 보니 이들을 각각 대등한 것으로 생각하게 되는데 자산과 부채는 실체가 있지만 자본은 그렇지 않습니다. EV/EBITDA개념을 이해하기 위해 우선 필요한 생각은 <자본은 허상이다>입니다.
<자본은 허상이다>라는 의미가 무슨 얘기냐 하면 우리가 만질 수 있고, 통장으로 확인할 수 있고, 계약서로 그 존재를 알 수 있는 것은 자산과 부채입니다. 그리고 이 자산에서 부채를 제외한 금액을 출처에 따라 단순히 구분한 것을 자본이라고 합니다.
- 자산 : 현금, 예금, 매출채권, 유가증권, 유형자산, 무형자산 등. 계약이나 실체가 있습니다. 현금을 써서 효용을 얻거나, 매출채권에 기인하여 거래처에 돈을 달라고 하거나, 유가증권을 처분하거나, 유형자산이나 무형자산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자산을 소유함으로써 효용을 얻을 수 있습니다.
- 부채 : 차입금, 매입채무, 미지금금 등. 역시 회사는 계약에 의한 의무를 부담하고 있습니다. 은행은 차입금에 대해 우리에게 상환을 요구하거나, 매입처는 우리에게 돈을 달라고 하거나, 미지급금을 채권으로 잡고 있는 상대방은 우리에게 돈을 갚으라고 할 수 있습니다. 회사의 의무는 부채로 계상됩니다.
- 자본 : 자본금, 자본잉여금, 이익잉여금 등을 말합니다. 자본의 상세 계정들은 자산에서 부채를 뺀 순자산이 어디서 발생했는지 구분해 놓은 것 뿐입니다. 처음 사업할 때 댄 돈이면 자본금, 사업해서 남은 금액이면 이익잉여금, 주주와의 거래에서 발생했으면 자본잉여금. 이렇게 순자산이 어디서 왔는지 칸막이를 쳐 놓은 것 뿐입니다. 외부의 제3자에게 주장할 권리나 부담할 의무가 없습니다.
주식은 재무상태표상 순자산을 거래한다는 개념
상장된 회사들의 경우, 회사의 순자산(=자본, 주주 몫)을 주식이라는 이름으로 사고 팔 수 있습니다. 장부에 자본이 어떻게 적혀 있든 시장에서 평가하는 지분의 가치, 즉 시가총액은 매일 달라집니다. 회사의 자산과 부채에 대한 평가가 매일 달라지는 것이지요.
시가총액(Price) / 장부가(Book Value)의 비율을 PBR(Price-to-Book Value Ratio)이라 부릅니다. PBR은 장부가액 대비 주식이 얼마나 싸게/비싸게 거래되느냐를 판단하는 기본 지표가 됩니다.
시가총액(Price) / 당기순이익(Earning)의 비율을 PER(Price-to-Earnings Ratio)이라 부릅니다. PER은 순이익 대비 주식이 얼마나 싸게/비싸게 거래되느냐를 판단하는 기본 지표가 됩니다.
이런 멀티플들은 필요하다면 얼마든지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그러면 회사의 영업현금흐름 대비 주식이 싸게 비싸게 거래되느냐는 무엇으로 판단할까요? 이것이 바로 EV / EBITDA입니다.
영업으로 인한 회사의 현급유입액과 거의 유사한 EBITDA
EBITDA를 계산하는 이유는 회사가 본업으로 연간 현금을 얼마를 벌어들이냐가 궁금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영업이익(EBIT, 이자와 세금내기 전 Earning)을 먼저 갖고 옵니다. 그런데 가만 생각해보니 감가상각비, 무형자산상각비는 영업이익 구할 때 차감되어 있지만 사실 직접 현금이 나간 것이 아니더란 것입니다. 3년전 사놓은 설비를 올해 장부상으로만 비용으로 처리했더란 말입니다. 실제로 어떤 설비들은 40년, 50년 쓰는 경우도 허다하죠.
우리는 영업현금흐름 기준으로 판단하고 싶습니다. EBIT에 상각비를 더해주면 실제 영업으로 인한 현금흐름과 거의 같아지게 되고 이를 EBITDA(Earning Before Interest Taxes Depreciation & Amortization)니다. EBITDA를 보면 회사가 영업으로 벌어 들이는 현금을 손익계산서에서 간단히 알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EV는 무엇인가?
EBITDA는 영업으로 인한 현금흐름입니다, 그렇다면, 이 현금흐름을 발생시키는 회사의 자산이 있을 겁니다. 부채도 있을 수 있으니 이를 합하여 <영업순자산>으로 부르겠습니다. 이를 보통 다른 글이나 책에서는 기업가치(EV, Enterprise Value)라 부릅니다.
EV 개념이 필요한 이유는 회사는 영업순자산만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영업 “외” 순자산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주식시장에서 형성되는 시가총액은 영업 외 순자산까지 포함하여 회사의 순자산(주주몫)이 거래되기 때문에, 영업순자산, 즉 EV를 구하기 위해서는 시가총액에서 일정 항목을 조정해주어야 합니다. 그래서 다음과 같은 공식이 나오고 이를 외워서 적용하게 되지요.
EV = 자기자본의 시장가치(시가총액) + 금융부채의 시장가치 – 현금
그런데, 위 공식은 다음의 논리로 전개하는 것이 더 쉽습니다.
시가총액은 어떻게 형성되느냐? 영업 외 순자산이 없다라면, 즉 회사의 모든 순자산이 오로지 영업을 위한 것이라면 < 영업순자산 = 시가총액 > 이 됩니다. 여기서, 동일한 사업모델을 가진 A회사와 B회사가 있다고 가정합시다. A회사는 차입금과 현금이없고, B회사는 차입금이 100억원 있다라고 가정합니다. 시가총액은 당연히 B회사가 A회사보다 100억원 만큼 작아야 합니다. 합리적인 시장이라면 A회사 시총이 1,000억원일 경우 B회사 시총은 900억원이 되겠지요.
두 회사의 사업모델이 완전 동일하므로, 영업현금흐름 또한 동일합니다. EBITDA(=영업현금흐름)를 100억원으로 가정합니다. A회사의 시총은 EV(=영업순자산)와 같으므로 EV/EBITDA는 10입니다. 합리적인 시장이라면 B회사의 EV/EBITDA도 10이 나와야 합니다. B회사의 EV가 1,000억원이 나와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회사에 <너희 영업순자산 가액이 얼마니?>라고 물어봐서 회사가 정확한 답을 준다면 EV를 구하기 쉽겠지만, 더 쉬운 방법은 회사의 시가총액을 이용하는 것입니다.
B회사 시가총액이 900억원이라면 시장에서 평가되는 EV금액은 다음과 같이 간단히 구할 수 있습니다.
B회사 EV = 900억원(시가총액) + 100억원(차입금) = 1,000억원
이 공식은 위에서 외워서 적용하던 것과 같은 결과가 됩니다.
<EV=영업순자산>임을 알면 회사간 더 정확한 비교가 가능
증권사 MTS에서 제공하는 EV/EBITDA 멀티플은 증권사마다 다를 수 있습니다. PER, PBR이 구하기 간단한 데 비해서 EV는 관점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EV는 ‘영업순자산’이라는 개념을 가지고 있으면 왜 그런지 이해가 쉽게 됩니다. 기계적으로 EV를 구하게 되면 놓치는 부분이지요.
회사의 본업이 제조업인데, 임대용 부동산을 일부 가지고 있다면? 임대용 부동산은 EV에서 제외되어야 하지만 간단한 공식만 적용한 사람은 이를 정확하게 산출할 수 없는 것이고, 멀티플도 왜곡되겠죠.
시장에서 거래되는 지분의 가치(주식시장에서의 매매가격이든, M&A 거래가격이든)에는 영업만을 위한 순자산 외에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임대용 부동산의 가치, 차입금의 (-)가치, 임시로 보유하고 있는 현금 등이 전부 반영되어서 거래됨을 인지하십시오. 업현금흐름과는 상관 없는 이러한 비영업자산/부채들이 지분가치에 녹여져 거래되고 있기에 우리는 영업순자산만 거래된다면 얼마일지를 알고 싶은 겁니다. 그래야 여러 회사간 상대적으로 싸다, 비싸다를 판단할 수 있으니까요.
결론
EV개념은 외우지 마세요. EV는 영업순자산을 나타낸다고 인지하십시오. EV / EBITDA는 차입금, 현금 등 영업에 필수적이지 않은 자산과 부채를 제외하고(계급장 떼고) 영업가치를 제대로 판단하기 위해 사용된다라는 점을 생각하시고 Valuation에 적용하시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