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차권등기된 주택에 새롭게 전입한 임차인의 대항력과 우선변제권


임차권 등기된 부동산에 새로운 임차인이 있는 경우, 경매나 공매입찰시 조심하여야 합니다. 대법원의 입장은 이 새롭게 전입한 임차인의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인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경매를 좀 아시는 분들은 말도 안되는 판결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이것은 현재 실제상황이 맞습니다. 아래에서 구체적으로 설명합니다.


대법원 판례(2022다246610, 2023.9.27)가 있기 전까지 두 번째 임차인에 대한 투자자들의 생각

임차인 을이 집주인 갑에게 보증금을 받지 못하여 이사를 나가면서 임차권 등기를 하고 나갔습니다.

이 상황에서 새로운 임차인 병이 갑의 집에 전입하고 확정일자를 받았습니다. 이때 병은 최우선 변제권을 인정받지 못합니다. 이 부분은 이견이 없습니다. 주택임대차 보호법에서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병의 대항력은 규정되어 있지 않습니다. 우선변제권 역시 그렇습니다. 그동안 투자자들 사이에서 의견이 분분했던 주제입니다.

의견 1 :
“임차권등기가 되어 있는 비정상적인 부동산을 다시 임차한 비정상적인 임차인 병을 보호해서는 안 된다”
의견 2 :
“법은 엄격하게 해석해야 하므로 계약하고 전입하고 점유하고 있는 임차인을 보호하지 않는다”라는 규정이 없는 한, 비정상적인 임차인이라도 보호된다.

2023년의 대법원 판례 전까지 의견1과 의견2가 대립해 왔습니다. 그런데 후자의 의견으로 대법원 판례가 나왔습니다. 임차권 등기 이후에 새로 전입한 임차인의 대항력 여부는 이전에는 정확한 판례가 없었습니다.

사실 경/공매 투자자들은 임차권 등기 이후 새로 들어온 임차인은 대항력이 없다 라고 생각했습니다. 우선변제권이라면 모를까 임차권 등기 이후 문제가 있는 부동산을 다시 임차한 임차인에게 대항력을 인정할 가능성은 많은 사람들이 굉장히 낮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한 개의 물건에 두 개의 소유권이 존재할 수 없는 것처럼 하나의 물건에 대항력이 두 번 있을 수 없다고 생각을 해왔습니다. 실제로 임차권등기가 되어있는 집에 두번째 임차인이 임차권 등기를 신청했는데 등기관이 일물일권주의 원칙 때문에 거절된 사례가 있기도 합니다.

2023년 대법원 판례의 바탕이 된 사실관계

이번 판결의 구체적 사례는 이렇습니다. 전 임차인 을이 보증금 5,900만원을 받지 못하고서 임차권 등기를 하고 이사를 나갔습니다. 을은 전입, 점유, 확정일자가 말소기준권리보다 빨라서 대항력이 있는 임차인입니다. 받지 못한 보증금은 낙찰자가 인수합니다. 이 사건의 낙찰자도 당연히 여기까지는 예상하고 입찰했을 것입니다. 전 임차인 을이 배당을 900만원 받는다면 대략 5,000만원 정도는 인수할 것이라는 예상을 하고 투자의사결정을 했을 겁니다.

문제는 현 임차인 병입니다. 전입과 점유일이 같은 날이라고 가정한다면 모두 갖춘 다음 날인 2017년 12월 15일 새벽 00시부터 현임차인 병의 대항요건 효력이 발생하게 됩니다. 그리고 말소기준권리인 근저당권은 같은 날 2017년 12월 15일 설정되었습니다. 그러므로 12월 15일 주간부터 효력이 생기게 됩니다. 그렇다면 병 또한 말소기준권리보다 앞선 임차인이라는 뜻이 됩니다. 그런데 병의 확정일자는 말소기준권리보다 늦어서 병이 배당을 받는 기준일은 근저당권자보다 뒤로 밀리게 됩니다. 병이 말소기준권리보다 먼저 대항요건을 갖추긴 했지만 전 임차인 을의 주택임차권 등기보다 늦게 들어왔기 때문에 현 임차인 병에게 최우선변제권은 없습니다. 그리고 낙찰자는 B의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은 인정되지 않는다는 의견이 주류인 것을 알았기 때문에 낙찰을 받은 것으로 생각됩니다.

실제로 낙찰자는 잔금을 법원에 냈고, 이후 병에 대해서 인도명령을 신청했습니다. 경매법원에서는 낙찰자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인도명령 결정을 내려준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낙찰자는 현 임차인 병을 합법적으로 내보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인도명령 결정에 대해 병이 항고를 하며 소송이 시작되었고, 대법원까지 가게 된 것입니다.

구체적인 판결 내용

그럼 이제 대법원 판례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임차권 등기 이후에 새로 들어온 임차인은 주택임대차보호법 제8조(보증금 중 일정액의 보호)에 따른 우선변제를 받을 권리가 없습니다. 제8조는 최우선변제에 관한 규정입니다. 그리고 여기까지는 이미 대부분 알고 계실 내용이며, 법령상 명확하기 때문에 이견의 여지가 없습니다.

그.런.데.

임차인이 자신의 보증금을 다 변제 받을 때까지 해당 부동산을 점유할 권리인 대항력과 후순위채권자보다 먼저 돈을 받을 수 있는 우선변제권에 관해서 대법원은 놀라운 입장을 취하게 됩니다.

대법원은 “주택임대차보호법에서 대항력은 주택인도와 주민등록을 하면 생기고 우선변제권은 여기에 추가로 확정일자를 받으면 생긴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이고, 선순위 임차권등기의 존재를 소극적요건(인정하지 않을 요건)으로 정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임차권 등기가 마쳐진 주택을 임차한 임차인에게도 최우선 변제권을 제외한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인정할 수 있다.”라고 판시하였습니다.

정말 놀랄 만한 판결입니다. 법령에서 ‘임차권 등기 이후에 새로 들어간 임차인한테 대항력, 우선변제권을 인정하지 않는다’라는 내용이 없으니,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이 있다고 보겠다는 의미입니다. 법조문의 문리적 해석만에 집중해서 나온 판례입니다.

주택임차권으로 인한 대항력을 두 번 인정해버렸기 때문에 앞으로 이런 주택은 낙찰 가격이 매우 낮아질 것입니다. 집주인이야 새로운 임차인을 또 들였기 때문에 좀 덜 억울하겠지만 선의의 피해자인 채권자와 선순위 임차인(첫 번째 임차인)의 손해가 커지게 됩니다.

개인적인 의견 : 임차권등기 하고 이사나가는 것은 이제 위험합니다. 어쩔 수 없이 경매 마무리 될 때까지 눌러사세요.

아무리 대법원 판사라고 해도 자기돈을 걸고 투자를 하는 실전투자자의 경험을 뛰어넘을 수는 없습니다. 스스로 투자를 하는 판사였다면 이러한 판결을 내리지 않았을 겁니다.

특히나 대법원 판결은 그 판결이 미칠 영향을 고려하여 이루어져야 하는데, 이번 판결은 사회적 비용을 증가시킬 걸로 보입니다. 임차권 등기가 되어 있는 비정상적인 집을 임차하여도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이 인정된다면, 궁지에 몰린 집주인은 한 푼이라도 더 받기 위해 집을 다시 임차할 유인이 있고, 그때 들어오는 임차인은 향후 경매 낙찰자에게 명도합의금을 요구할 겁니다. 이번 판결은 칼자루를 비정상적인 임차인이 쥐어준 꼴입니다. 칼자루를 쥐고 있는 비정상적인 임차인은 이번 판결로 낙찰자와의 협상에서 유리한 상황이 됩니다. 경매 낙찰자는 이러한 상황이 미리 그려지니 적정한 가격에 절대로 입찰할 수 없죠. 결국 굉장히 싸게 입찰해야만 하고 이는 최초 임차인과 근저당권자 등에게 막대한 피해를 끼치게 될 겁니다.

이런 사건이 반복되면 은행은 돈을 빌려주기 싫어하게 되겠죠. 정상적인 임차인은 전세를 살기 부담스러워 할 것이고요. 잘못되면 돈이 묶이는 것인 기본이고 이사도 못 나가게 되니까요. 결국 자본조달비용이 올라가고 임차인 부담이 가중되면서 전세보다는 월세를 선호하게 될 수도 있고, 월세가격이 올라가는 데에 기여할 수도 있겠죠. 시장 왜곡은 항상 사회적 비용을 증가시킵니다.

이제, 아무리 선순위 임차인이라고 하여도 임차권등기를 하고 이사를 나가는 짓은 위험한 일이 되었습니다. 전세보증금을 제대로 못 받는 것도 억울한데 이사가면 큰 일 납니다. 또 다른 임차인이 이 집에 들어올 경우, 그 임차인 때문에 내가 받을 수 있는 보증금이 현저하게 줄어들 것이거든요.

문제가 많은 대법원 판결이지만 어떻게 하겠습니까. 적응 해야지요. 판사들을 전부 경매투자자로 만들 수도 없고.

대법원 2023.9.27 선고 2022다206610 보러가기

https://glaw.scourt.go.kr/wsjo/panre/sjo100.do?contId=3315422&q=2022%EB%8B%A4246610&nq=&w=trty&section=trty_tot&subw=&subsection=&subId=&csq=&groups=&category=&outmax=1&msort=&onlycount=&sp=&d1=&d2=&d3=&d4=&d5=&pg=0&p1=&p2=&p3=&p4=&p5=&p6=&p7=&p8=&p9=&p10=&p11=&p12=&sysCd=&tabGbnCd=&saNo=&joNo=&lawNm=&hanjaYn=N&userSrchHistNo=&poption=&srch=&range=&daewbyn=N&smpryn=N&idgJyul=&newsimyn=&trtyNm=&tabId=&dsort=

요약

  • 임차권 등기 이후의 주택 경매에서, 최우선 변제권은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라 적용되지 않는다(법령에 있고, 알던 내용이며 상식과 부합함).
  • 임차권등기를 경료한 최초 임차인인 을은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주장할 수 있다(역시 상식에 부합하며 알던 내용임)
  • 현 임차인 병은 최우선 변제권을 주장할 수 없지만, 대항력과 일반적인 우선변제권은 인정될 수 있다(대법원의 입장이며 충격적인 내용임 )
  • 이 판례는 경매 공매 투자자들에게 굉장히 중요한 사항이며 상식에 부합하지 않으므로 투자자는 임차권등기 후 새롭게 전입한 두 번째 임차인이 있는 경우 매우 조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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